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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ㆍ생각ㆍ왈왈

연날리기의 지루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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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때 부터 바람이 많이 부는 날이면 생각나는 놀이가 있었다. 바로 연날리기다.
연날리기에 유독 관심이 많은 이유는 제대로 연을 날려본 적이 한번도 없기 때문이다. 초등학생 시절에는 집에있는 달력 종이와 마을 산에서 구한 대나무로 연을 만들었지만,  높이 날려본 기억 대신 하늘로 날려보겠다고 해가 지도록 뛰어다닌 기억뿐이다. 또 한번은 학교에서 방패연 만들기 과제가 있었다. 제대로 된 재료를 가지고 힘들게 방패연을 만들었다. 학교 운동장에서 연을 날렸는데 내 방패연이 가장 멀리 날고 있었다. 5분정도 지났을까? 내 연이 멀어도 너무 멀리 난것이 문제였다. 운동장 끝에 있던 대나무 숲에 연이 걸린것이다. 한동안 대나무에 걸린 연을 보면서 키가 작은것을 탓하며 지냈다.

그 이후 중고등학생때에는 연대신 종이비행기를 날리며 바람을 벗 삼아 놀았다. 대학생이 된 이후에도 2번이나 연을 날렸지만 번번히 동네 전기줄에 걸리는 신세가 됐다.

백수가 된지 1년인 올해, 설날을 맞이하여 친척동생들과 놀아주기로 했다. 그것은 바로 연날리기다. 친척동생들을 핑계 삼아 다시 한번 연을 날려보고 싶었다. 장소도 영산강 둔치로 정했다. 그 동안 연을 날리면서 겪었던 장애요인들이 없는 최적의 장소였다. 바람도 적당히 불어 연을 날리기 위한 날 인 듯 했다. 

그 동안 느껴보지 못했던 연날리기의 재미를 마음껐 즐길 수 있었다. 연날리기를 방해하는 요소도 없거니와 예상치 못한 연의 움직임을 잡기 위해 연줄을 밀고 당기는 재미도 있었다. 시간이 가면서 연은 더욱 높이 날았다. 시간이 가면서 연의 움직임이 계산됐다. 시간이 가면서 연날리기가 지루해젔다.

간절했던 연날리기가 내 마음대로 가능해지니 간절함이 없어졌다.

세상 사는 것도 이와 같을까?
사람관계나 꿈을 갖는것.

간절함을 갖되 그 간절함을 잊지 말지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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