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자전거 이야기

황기사님의 전화

반응형

6개월전 자전거 가게에서 한달 동안 일을 했었다.
한달만에 그만 두는 나 다음으로 들어온 사람이 황기사님이었다. 당시 나는 곧 나가는 사람이었고 황기사님은 이제 막 들어온 사람이었다. 일주일 정도 황기사님에게 인수인계(?)를 하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일을 그만 둔 후 서로 만나자는 약속을 했지만 만나지는 못했다. 그때의 연락을 마지막으로 일주일 가량 알고 지낸 황기사님이 6개월이 지나 연락을 한것이다.
의외였지만 반갑기도 했다. 가게의 상황도 궁금했고 6개월간 갈고 닦은 황기사님의 정비 실력도 궁금했다.

무려 1시간 반동안의 통화가 이어졌다.
내가 백수라 시간이 많기도 했지만 그동안 일하면서 쌓인 황기사님의 울분 또한 많은 듯 했다. 주 통화 내용은 황기사님이 겪었던 굴욕과 무시에 관한것이었다. 나도 똑같이 느꼈던 부분이라 격하게 공감이 갔다. 나는 한달만 느끼고 말았지만 6개월간 느끼고 있는 황기사님을 생각하니 측은하기도 했지만 대단하다는 생각도 했다. 특히나 6개월이 지나 전화를 한 이유가 오늘이 그 만큼 힘들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6개월 전에 만나자고 한 것 역시 그 때문이었다. 

그간 궁금했던 가게 상황과 황기사님의 정비 실력도 물어봤다. 가게는 비수기 임에도 여전히 바쁘다고 했다. 그래도 비수기라고 에어샥 정비 교육도 다녀오고 다음주에는 삼천리 의왕공장으로 자전거 정비교육을 받으러 갈 예정이라고 했다. 정비 실력도 상위 고급 기술 몇개를 제외 하고는 왠만큼 마스터한 상태라고 했다. 더욱이 샵에서 배운것이 아니라 독학으로 배웠다고 했다.  아무래도 샵에서 배우기에는 제약 사항이 있어서 자전거 공구 장비와 자전거 4대를 구매해서 분해하고 조립하는 연습으로 왠만한 정비는 가능하다고 했다. 지난 6개월간 나는 뭐하고 살았나 싶었다. 자전거에 대한 황기사님의 불타는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

일찍 자신의 길을 찾는 사람들이 부럽다고 했던 기사님은 좀 더 젊은 나이에 자전거라는 길에 도전했으면 좋았을것이라며 아쉬워 했다. 아쉬움이 큰 만큼 황기사님의 열정도 활활 불타고 있었다.

간만에 핸드폰이 울려서 반가운것도 있지만 기사님을 통해서 꺼져 있던 열정에 불을 지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더욱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최근 들어 자전거 네트워크를 키워야겠다고 생각했는데 황기사님이 전화를 주시니 힘이 된다. 든든한 지원군이 생긴 느낌이다. 
앞으로 지속적인 교류를 통해서 황기사님 같은 네트워크를 계속 만들어가야겠다. 

자전거 정비 교육일이 얼마 남지 않았다. 떨리고 설렌다. -12일

반응형